< 동물권을 다뤄 작업하는 작가의 개인적 윤리에 관하여 >
기본적으로 나는 동물에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우선 상업화된 시설부터 변화를 일으켜야하는데, 그러려면 소비의 지향점이 바뀌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개인적인 생활 속 실천들을 한다. 동물을 유희로써 소비하지 않고, 비건을 지향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해 오래 쓰고 낭비를 줄이는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있으며, 친환경 인증 제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혹자의 경우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를 하곤 한다. 왜 극단적 비건이 아닌지, 그렇다면 작업에 진정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대부분의 행위가 동물권을 침해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인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섭취하는 육고기의 대부분이 공장식 축산을 통하여 생산되며, 양식 어업으로 인해 바다가 병들고,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 쓰이는 수 많은 자원과 물이 필요하며, 심지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하는 것도 탄소 배출에 큰 몫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로소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완벽하게 동물권과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공장들의 가동이 잠시 멈췄을 때 지구가 회복을 하지 않았는가.
나는 평가자에게 되묻고 싶다. 당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대해서 100% 완벽하게 긍정적 실천을 하고 있는가? 왜 동물, 환경과 관련했을 때 유독 엄격하게 심판하려 하는가? 작업 소재로 사용 여부를 떠나서 당신도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나와 마찬가지라면, 엄격하게 자신을 검열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생명과 환경의 가치가 높음을 알고 있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긍정적 실천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두 간극을 마주하기는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 자신을 속단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할 뿐인 것이기 때문이다.